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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후기/영화후기

[영화 터널] 무너져 버린 터널 그리고 인간성

 


삼풍백화점부터 세월호까지,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은 어디까지?


1994년 10월 21일 대한민국의 아침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잇는 성수대교 가운데가 통째로 무너져 내려앉아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이다. 성수대교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분경 5층짜리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삼풍백화점은 사장의 욕심이 부른 부실공사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버무러진 종합 재난 블록버스터였다. 삼풍백화점 사망자는 502명, 부상자는 937명, 실종은 6명으로 총 1,445명의 사상자를 낸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참혹한 부실 재난 사태로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재난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었다. 최근 정부기관의 방역 실패로 메르스 사태가 터져 186명이 넘는 환자와 33명의 사망자를 내었고, 삼풍백화점처럼 정재계가 부정부패, 비리문제로 터진 세월호 참사도 307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안전 재난은 무능력한 정부, 희생자를 손가락질하는 국민, 보도윤리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사는 기자들이 만나 탄생한 '헬조센'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김성훈 감독이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영화 '터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평범한 영업사원인 정수(하정우 분)이 집에 돌아가면서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에 진입하게 되고 그렇게 '대한민국과 함께 하는 안전한 터널'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무너져 내린 터널안에 남은 건 자동차, 78%의 배터리가 남은 스마트폰, 그리고 딸 아이 생일케익 뿐이다. 갑자기 들려온 완공된 지 1달도 채 안된 대형 터널의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무능력한 정부는 너무도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사고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은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애초에 부정부패와 부실공사로 지어진 터널은 진입 자체가 너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족족 실패를 하게 된다.

 

 

 

작업이 더뎌지자 근처 터널공사의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며, 정수가 있는 터널이 붕괴되도 상관 없으니 터널 발파작업을 하자는 '경제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기울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국민들은 한 명의 목숨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서로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한다. 국민이 눈을 감고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암묵적으로 만들어놓은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이 희생자를 만들었지만, 모든 것을 개인탓으로 돌려버리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비판한다. 유난히도 폭염과 열대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올해 여름 간담히 서늘해지는 터널 붕괴 재난 스릴러를 즐기고 싶다면, 지금 당장 터널을 예매하자. 블랙코미디와 블록버스터 그리고 시사비판까지 일석삼조를 누릴 수 있는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