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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후기/영화후기

[국내영화/판도라] 한국 원전 과연 안전한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 규모 5.1의 전진이 규모 5.8의 본진이 당일에만 91건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여 23명이 부상, 재산피해는 5,367건이 발생(기사링크)하였다. 대한민국 지진 관측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일뿐만 아니라 2017년 1월 3일 02시 08분 현재 총 557회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문제는 이렇게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곳이 한반도의 원전이 가장 밀집해 있는 원전지대와 매우 가깝다는(가장 가까운 월성원전의 경우 불과 27km 거리) 점이다. 만약 이 원전에 사고가 난다면 어떤 결과가 한국에 미칠것인가 가상 상황을 그려낸 것이 바로 판도라이다.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발전소인 한빛1호기가 운영되고 있는 평화로운 한 시골마을에 규모 6.1의 지진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총 24기의 원전이 운영중인데, 운영중인 원전은 최대지반가속도(PGA) 0.2g에 맞추어 설계가 되어있다. (참고로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는 규모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최대지반가속도를 기준으로 리히터 규모를 역계산하여 공표한다.) 2007년 일본의 예를 들자면 니가타 지진이 규모는 6.8이었으나 진앙에서 16km 떨어진 가시와자키 카리와 원전 건물에서 최대 0.69g의 최대지반가속도가 관측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내진설계는 상당부분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전 내진설계를 리히터 규모로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언론에서 리히터규모로 원전의 내진설계를 얘기하는게 논센스다.


이 마을에 닥친 규모 6.1의 지진은 원전 내부 시설을 붕괴시키고 결국 내부 압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일부 정비되지 못한 내부 시설의 파손과 내부 압력을 낮추기 위해 시도하는 벤틸레이션(통풍)까지도 실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빛 1호기는 결국 상부가 폭발해 버린다. 물론 여기서 영화의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차용한 실화이지만 영화의 흥미를 위해서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다.


먼저 한국의 원전은 일본의 원전에 비해 철근과 콘크리트가 조금 더 많이 쓰였다. 구체적인 수치를 비교하자면 한국의 원전은 1,310kPa까지 압력을 버티기 위해 철판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1.2m 두께로 이루어져있다. 영화에서처럼 상부만 폭팔하기에는 무리인 구조인 것이다. 또한 수소를 제거하는 피동형수소재결합기 (30대)와 수소점화기 (10대)가 원자로 건물내에 설치되어 있어 내부압력을 낮추는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얼마나 작동을 원활하게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영화에서처럼 막 내부압력이 통제불능으로 올라가진 않을 거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그린피스 원전반대 캠페이너 설명을 첨부한다.




(주의!!! 밑에 부분은 원전에 대한 사실소개 부분이 아닌 영화의 내용을 소개한 글로서 일부 극중 내용을 스포일러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신 분이나, 영화 내용을 일부 알고 가시려는 분들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판도라를 보다보면 극중 흐름과는 무관하게 (혹은 꼭 이런걸 넣어야 흐름이 내용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건가?) 전형적인 한국의 재난영화 레파토리가 나오게 되는데, 먼저 재혁(김남길 역)이 원전이 터지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막무가내로 아무생각없이 재난현장에 뛰어드는 장면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으면 너무나도 상식적이게도 최소한의 장비를 챙기고(촉박한 시간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가져가면서 입더라도) 가야하는데, 한국영화 특성상 일단 그런게 없다. 무조건 넋빠진 모습으로 아둥바둥하면서 재난장소에 들어가 자신의 동료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한국 재난영화의 답답함이다. 두번째로는 재혁의 어머니의 답답함이다. 지진이 발생해도 이정도는 괜찮다며 묵묵히 가게를 지키고, 운동장에 잠시 머무를 때 어느정도 이상한 낌새를 느껴도 여기가 가장 안전하다며 결국 강제 격리당해 유해 방사능을 맞게 되는 모습, 고속도로에서 방사능 구름이 몰려와 사람들이 아수라장이 되었을때 갑자기 뒤로 달려 사라지면서 극적이게도 손주를 살린 모습,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러가야한다고 최소 30km이상 떨어져 있을 것 같은 거리에서 흐느적거리면서 뒤로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는 모든 모습들까지 하나같이 전형적인 한국 재난영화 고구마 먹은 듯한 장면이다.


도대체 이런 장면을 왜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개봉한 터널, 부산행이나, 이전에 개봉한 괴물, 연가시 등 똑같은 모습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일부 소비자층의 소비가 있는 듯 하다. 물론 해외 소비자들이 이런 미칠듯이 답답하고 개연성도 떨어지는데 심지어 주변 극중인물들을 환장해버리게 하는 씬을 볼까 고민이 되지만... (역시 영화 한류는 또 물건너 가는건가)



영화는 전반적으로 한국 원전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밀집지역에 지어져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이명박근혜 정부(심지어 이명박근혜 정부때는 노무현 정부때 만든 재난 메뉴얼을 거의 다 파기함)처럼 재난에 무능력했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국가재난인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AI 사태 등은 국가 재난컨트롤타워와 재난대응매뉴얼, 시스템의 부재등으로 후진적 국가에서나 발생할 만한 사태인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영화 판도라는 개인(재혁)의 희생으로 연료봉 보관시설 붕괴를 막고 원전 사태 문제가 수습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국가의 존재 이유인 철저한 시스템적인 대응이 아닌 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와 국가가 과연 올바른 모습인지 우리는 깊게 성찰하고 열띤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본 리뷰는 그린피스로부터 "그린피스 후원자 판도라 시사회" 티켓을 받아 다녀와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