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 전설, 오컬트가 섞인 비빔밥
영화 곡성哭聲은 실제 전라남도 곡성谷城에서 촬영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나홍진 감독이 촬영한 이 영화는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경찰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의 원인을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경찰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종구’는 외지인(쿠니무라 준)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용한 무속인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들이게 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많은 전설의 내용과 이중적인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는데 영화 제목인 곡성부터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곡성은 곡소리를 나타냄과 동시에 촬영장소인 곡성을 나타내는데, 원래 지명 곡성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의미로 외부와는 단절된 밀실적인 공간을 나타낸다. 영화 속 곡성은 매우 페쇄적인 공동체로 샤머니즘을 믿고 외지인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며 마을사람들이 강한 완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이 자체만으로 이미 스토리는 매우 스릴러영화의 기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외지인으로 일본인과 무속인이 등장하게 되는데,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배척했을지 예상할 수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한국토속신앙과 일본의 전설이 같이 버무러져 진행된다. 때문에 한국의 토속신앙과 일본의 요괴에 대해서 잘 모르면 전반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화자체가 매우 급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다. 먼저 영화에 투영된 한국의 토속신앙을 이해하려면 굿, 장승, 산신, 삼신할매 등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일본의 요괴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텐구와 일본 신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감독이 성격이 매우 급한 성격인지 스토리 전개가 A-B-C-D의 논리적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A-D로 바로 넘겨지는 만큼 B-C부분을 관객들로 하여금 모두 유추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홍진 감독이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습득했을 많은 지식과 내용 그리고 만든 의도도 이해하지만 비약적인 논리와 8,90년대 아버지가 짱이야식 스토리, 한국 토속신앙 이야기, 일본의 요괴이야기가 짜임새 없이 버무려저 보는 이로 하여금 스토리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무언가 핵심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감독판이 나와봐야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긴 러닝시간에 비해서 만족감을 줄 만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의 스토리 구성능력이 스릴러라면 스릴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함과 허무함에 곡성을 내지르게 하려는 게 의도였다면 아마 의도대로 영화가 만들어 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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