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내전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여러가지
Civil war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내전이다. 1936~1939년에 스페인에서 총선문제로 생긴 스페인내전(Spanish Civil War)이나 1861년~1865년에 미합중국에서 남부 일부 주가 연방을 탈퇴하여 생긴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이 그 대표적인 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서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고 싸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정의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전쟁을 일컫는다.
그런면에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바로가기)는 이런 사전적 정의의 내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개 사모임 조직이 다툼과 반목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보는게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영화의 개괄을 보자.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나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제목에서 처럼 캡틴의 의견을 중심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캡틴은 헌법의 사상아래 모든 슈퍼히어로는 유엔 산하 기구에 등록없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아이언맨은 히어로는 모두 관련 기관에 등록을 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지구를 구하자는 입장이다. 서로 의견을 반목하다 급기야 두 팀으로 나뉘어서 싸우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캡틴을 비롯한 어밴저스 슈퍼히어로들은 쉴드에 소속되어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쉴드는 미국정부 기구 소속이다. 애당초 미 정부에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는 히어로들이 급작스럽게 자유를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영화에 그 모든 내용을 담기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지나친 비약은 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캡틴은 옳지 않은 것을 불의의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고 했는데 영화에선 오히려 정에 이끌려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존재로 나온다. 캡틴도 사람이고 늘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리더라는 역할을 맡은자가 한 영화내에서 많은 갈등을 보여주고 자신의 신념마저 꺾는 것은 스토리 전개상 그리고 이해도상 옳지 않다고 본다.
모든 슈퍼히어로와 시민들이 정당한 가치를 놓고 싸우는 내전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군사 사조직인 어밴저스 내부의 알력다툼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 후반으로 갈 수록 서로 지켜야 하는 정의와 신념은 먼 곳에 있고 다툼과 시기, 배신만이 남는다. 토니 스타크가 캡틴에게 넌 왜 나보다 윈터 솔져 친구들을 더 좋아하니 날 더 사랑해줘라고 얘기하는 후반부만 남는 것이다.
영화 스토리 중간중간에 보이는 PPL도 매우 어색한데, 너무 대놓고 여러 제품들을 설명하려다 보니 영화를 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장면에서 정말 이러한 씬을 넣어야 했는가 하는 부분이 많다. 이게 PPL인지 모르고 넘어간다면 충분히 괜찮지만 알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어색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전반에 걸쳐 아우디 SQ7과 R8 짱짱맨이라고 외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새로운 캐릭터인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스크린에 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선 스파이더맨 정체까지 공개해주는 친절함도 보여준다) 이처럼 빈약한 스토리를 가지고 마블코믹스가 시빌워 영화를 출시한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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