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꼰대가 되고 누구는 멘토가 된다, 아쉽지만 우리나라 얘기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업무시간 후 회식자리일 것이다. 애인과 친구들과 미리 잡아둔 저녁약속도 소용이 없어지고 부서의 단합이라는 명목하에 고깃집에서 소맥으로 죽을 때 까지 마신다. '나 때는 말이야~' 부터 '요즘 젊은 것들은~', '자네는 왜 결혼을 안하나'까지 꼰대 멘트 3종세트까지 듣는다면 정말 최악의 하루가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시간 회사에서 일하면서 애사심이 하루가 다르게 바닥나는 것은 일종의 덤이랄까.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인턴(Intern, 바로가기)은 업무를 할 때는 절대 도움을 주지 않지만 남의 사생활과 군기엔 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는 우리 시대의 꼰대들에게 진정한 멘토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수십년간 직장에서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고 새로 만들어진 벤처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하는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자신을 특별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험많은 인턴이다. 그에 반해 패션업체를 창업한 줄스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업무를 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체력관리를 하고 직접 고객관리부문과 직원들을 챙기며, 남자들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기 위해서 매시간 매초를 쪼개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어리고 경험이 적은 CEO가 있다면 옆에서 뭐든 조언을 해줄려고 참견을 하겠지만, 벤은 그러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며 가끔 필요할 때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 그것이 바로 멘토의 힘이다. 누군가에게 답을 내준다는 것은 오만하고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시대와 개인, 환경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역할을 영화속 벤이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
줄스가 힘들어 할 때 옆에서 묵묵히 자기의 할 일을 하고 경청해주는 벤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다. 젊은 사원들은 저런 상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것이고 일부 멋진 상사들은 벤을 배우려고 할 것이다. 불금 저녁에 급작스레 회식을 잡는 상사가 있다면 조용히 DVD를 선물로 주거나, 부서원 전체가 같이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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